작가 정미조 작품에 대하여...
정미조의 작품세계는 파리유학 시절에서 시도하였던 넓적한 붓과 여인 형상, 그리고 물감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붓에서 볼 수 있는 파리 야경과 현실의 이미지를 나타낸 초현실주의적인 그림들로 시작되었다. 그 후 그녀의 박사 학위 논문 과정에서 형성된 우리나라 무신도에 대한 연구로 영적인 세계를 격렬한 회화 기법으로 표현 하였다. 그리고 95년부터 몸짓의 연작을 시작으로「기호, 형상, 상징」연작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몸짓 형상을 통하여 인체의 율동과 색채를 다양하게 변화시켰고, 이것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신체 기호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캔버스 위의 화려한 색채를 얹어 놓고 흰색이나 회색으로 엷게 지워가면서 무희의 형상을 단순화 시켰다. 또한 〈변모〉연작에서는 백색이나 검은색으로 화면을 완전히 덮은 후 간결하고 단순한 선으로 긁어내어(freehand) 물감의 마지막 층의 색상을 드러내었다. 이와 같은 기법으로 표현된 형태는 역시 인체의 형태로 경직되고 도안적인 요소를 가졌다. 이러한 이미지들을 더욱 단순화 시키며 판화나 부조, 조각, 설치 작업을 간헐적으로 시도하였다. 더욱이 작가 정미조의 새로운 시도는 MDF합판들을 이용한 오브제의 작업이었다. 옵아트적 요소가 강한 작품들은 마치 창살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두께와 폭이 일정한 MDF합판들은 양끝이 막혀 있는 것이 그 기본구조였다. 여기에 표현된 인체 형상 역시 기하학적 형태를 바탕으로 도식화되었다. 물론 오브제의 작업들은 평면성을 넘어 3차원의 공간으로 초대하려는 또 다른 시도였다.
이번에 작가 정미조의 작품들은 예전에 사용했던 화려한 색채의 회화적 작업과는 달리 흰 바탕에 검정색만으로 그린 여러 가지 기하학적 형태에 수많은 수평선들만 지나가고 있다.
캔버스의 추상적 형태는 움직이는 사람의 형상을 단순화하여 얻어낸 시각적 추상이다. 그러나 여기에 보이는 기하학적 표시로써 화가는 “열광”(exaltation)이라고 하는 어떤 뜨거운 감정을 일으키려 했다. 또한 이 작품 시리즈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수평선들은 그녀가 여러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서 체험된 초자연적인 가르침으로 해석되며, 이는 그가 추구하는 열광으로 유도하고 있다.
평면적인 캔버스에서 그녀는 회화로써 어떤 ‘공간’을 창조하려 했다. 물론 환영적인 공간으로 관객을 캔버스 뒤에 펼쳐진 무엇인가를 보도록 유도한 것은 아니다. 작가는 마치 캔버스 앞에서 인체의 형상들이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작품의 앞으로 공간을 바꾸려 시도하였다. 캔버스와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 사이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작품의 앞으로 공간을 펼치고 있는듯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작품과 관객사이에 형성된 특별한, 마치 신성한 장소처럼 창출되어 ‘열광’을 느끼게 되는 곳이 된다.
캔버스 안에서 기호처럼 표시된 각 형상들은 다음 동작을 예고하고, 수평의 선들은 이 형상들을 이어주는 고리 역할로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평면에서의 관계는 관객으로 계속 이어져 작품과 관객사이에 ‘관계’가 성립된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예술에서 다른 것을 기대하게 된다. 작품과 관객의 만남은 일종의 ‘사건’처럼 거기서 예술의 본질을 찾게 된다. 이미 가수가 되기 전부터 어릴 때 배운 발레로 관객 앞에서 ‘퍼포먼스’하는 것에 익숙했던 그녀였다. 작가는 평면의 화폭에서 자신의 음감으로 가득찬 율동 동작의 흔적으로 리듬과 가락의 전율을 ‘열광’으로 펼치고, 관객은 이러한 ‘사건’에 참여하고 뜨거운 감정의 ‘열광’이 몸 안에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윤인복(미술사 박사) Prf. Youn In-bok (Art History. Ph.D)